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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찍사의 숙명?

레코드 포토그래피 2017. 5. 29. 14:07

야구를 좋아하기 전 아무런 취미도 없었던 나는

꽤 오랜시간 우울해 하고 있었다.

그러던 내가 야구를 좋아하게 되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고

삶이 한순간 한순간 너무 소중해졌다.

꿈을 향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볼때면

좋은 자극을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들에게 선물을 주자는 차원에서 추억을 남겨주기로 하였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촬영을 통해, 내가 받았던  힘을 되돌려 주기 위해서


누군가가 내 사진을 사용할 때면 뿌듯한 마음에 여러 학교를 찍기 시작했고

내 사진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몇몇 선수들이 나에게 사진을 목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내가 찍은 사진을 누군가에게 선물해주는 게 아닌, 내 몸 상하면서까지 억지로 야구를 보러 다닌 적도 있었다.


자기 사진은 왜 없냐, 와서 찍어달라. 마치 사진을 맡겨놓은 듯한 태도에 질릴대로 질린 나는 2014년,

야구팬으로서의 1년을 아예 버렸다. 야구가 보고 싶어도 고교야구는 보지 않았다.

1년 동안 야구장에 간 횟수는 총 4회. 1주일에 3번 이상씩 갔던 2013년과 비교해 보면..

정말 야구를 의도적으로 '안'봤다.


그러다가 2015년 정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즌을 맞이했고, 인스타그램과, 페이지를 운영하면서

역시 많은 사람이 사진을 봐주었고 좋아해줬다. 하지만 그만큼 사진찍어달라는 압박,

사진 있냐는 물음에 또다시 시달리게 되었고. 악의가 있었던 것이 아닌 동영상에 

'쪽팔리니까 당장 내리라'는 악플을 받기도 하였다.


그래서 다시 페이지와 인스타그램 운영을 중단했다.

그리고 내가 응원하는 팀만을 찍고 응원하기로 했다.


그렇게 2016년 시즌. 연차, 반차를 내서라도 가려고 노력했던 전국대회.

매번 비슷하게 찍어대던 사진을 선수들이 혹여나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누군가에게 그냥 보잘 것 없는 사진인 건 아닌지..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 좋은 추억들이었지만..


좋은 추억들과 함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2017년 시즌이 되었다.

사진 있냐는 물음이 작년보다 많이 늘었다. 사진이 있냐고 물어왔을 때

사진이 없으면 마치 내자신이 죄인이 된 것 같아 힘들었다.

그렇다고 사진을 보내주면 내가 왠지 사진 찍는 기계인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괴롭기도 했다.


예전에 나와 같은 길을 걸었던 사람이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해줬다.

사진을 찍으려는게 선수들과 친해지려고 찍은 게 아니라고 자부했지만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말은 핑계일 뿐 선수들과 친분을 쌓기 위해 사진을 찍은 게 맞는 것 같다고.

한동안 야구를 멀리해보는 것은 어떻겠냐.. 자신도 지금 야구에서 잠시 멀어져 있었더니

인간관계도 자연스레 정리가 되고, 보는 눈이 넓어진다고...

자신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고...


근데 내가 야구 없이 살 수 있을까?

겁이 먼저 난다..... 그리고 내가 야구 없이 산다고 해도.....

연락하며 지낼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 받고 있는 스트레스는 찍사의 숙명같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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